연구실 자취 생활(?)

지난 근황에서도 소개드렸듯이 몇몇 분들은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한동안 자취방을 얻는 것 때문에 꽤 고심했던 것 말이지요.

사실 집의 손을 빌리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고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등록금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해 온 제 근성에 맞지 않는 것 같고,
또 요즘 동생 유학 때문에 저까지 돈을 쓴다고 하면 미안한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슬슬 나이가 나이니 만큼 제 힘으로 해결해야 하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평소 다니던 캘리포니아 와우 휘트니스 클럽이 부도났기에,
또 하나 1년치 끊어두었던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 휘트니스 센터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다니다 보니 다음과 같은 묘안이 떠오르더군요.

'연구실의 라꾸라꾸 침대와 적절한 침구 세트, 그리고 휘트니스 센터를 응용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의식주가 필요하죠.
초등학교 때 배운 의식주 개념을 다시 한번 일깨워 보면,

의(衣): 환경으로부터 맨몸을 보호하기 위한 착용 도구
식(食): 생명을 영위하기 위한 영양소가 함유된 음식물
주(主): 비바람 등을 피하기 위해 거주하기 위한 시설물

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생각에서는,

는 구비되어 있으나 보관할 곳이 없고,
은 근처의 식당에서 사먹을 수 있으나 해먹을 곳이 없고,
는 당연히 없다-

였던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주=연구실 로 옮기면 여러가지가 해결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식사 문제는 학교 안 자연계생활관 식당이 해결해줍니다.
약간 맛없기는 해도 조미료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좋은 식단이죠. (식 해결)
의복 문제는 약간 불편하기는 해도 집에서 가져다가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해결됩니다.
중간 정도 크기의 여행용 가방을 연구실에 상시 배치해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의 해결)

마지막으로 주는 단지 몸을 씻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뿐인데,
씻을 수 있는 공간으로는 우리 럭셔리한 학교 헬스장이,
누울 수 있는 공간으로는 연구실이 그 해결책이 되더군요.
요리는... 귀중한 취미기는 하지만, 나중에 나이들어서 한다고 하고 배제하고..
그래서 주 해결.

그래서 요즘 5박 6일 정도 연구실에서 지내다가 금요일 밤에 집에 돌아가곤 합니다.
뭐, 어떻게 보면 거의 공짜로 양도받은 헬스클럽 평생회원권이 부도가 나서
저의 생활 패턴을 좀더 효율적으로 바꿔준 셈입니다. ^^;

덕분에 지난달 교통비는 38,500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평소 한 달의 절반 정도는 차를 끌고 다니기 때문에 기름값 15만원 정도에,
대중교통비 5~6만원 정도 나오던 것에 비하면 정말 대단한 성과지요.

게다가 은근히 규칙적 식사로 몸도 더욱 좋아지고...
학교에서 상시로 거주하고 있기에 선후배 및 친구들 간의 교류도 원활해집니다.

암튼 대박입니다. ^^
여러분도 직장에서, 연구실에서 퇴근하지 마세요. 당신의 건강과 인맥을 지켜준답니다.
(가족이랑 연인은?)
2008/05/08 06:00 2008/05/08 06:00
2008/05/08 06:00 talk/Lab.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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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규  2008/05/08 1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열정적이셔!! 좋은 연구가 나오겠는걸~
    • AKI  2008/05/09 1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헉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구가 그리 잘 되지는 않는구만... ㅡㅜ
  2. luapz  2008/05/08 1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깐만 나 눈물 좀 닦고....
  3. 아델라이데  2008/05/09 2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엌..
    연구실이..하숙집으로..!?
    고생하시는군요..;ㅅ;
    • AKI  2008/05/10 17: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으, 연구실 사람들이 눈치를 주는데 아무것도 해결할수 없어요 ;ㅅ;
      누가 집 살 돈 좀 줄 수 없나요 ㅠㅠ
  4. 시아  2008/05/10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는 衣 문제 때문에 불가능할 것 같네요 ^.^
    그러고보니 신입생 때 과방에서 살던 남자 동기도 있었어요. 남자들은 참 적응력이 좋달지... '~'a
    • AKI  2008/05/10 1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집안에 아버지를 제외하곤 거의 여자분 투성이라 이해가 갑니다.
      특히 옷.. 옷.. 옷...! 옷은 정말 쌓이고 쌓여도 부족함을 느끼더군요.

      여자들은 衣를 위한 창고가 필요한 반면, 소위 남자들은 자동차, 전자기기 등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필요하다던데, ..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 요즘 남성성을 상실한걸까요.
    • 시아  2008/05/10 2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옷은 잘 찾으면 5천원 만원짜리도 많이 있지만(심지어 천원에서 3천원 사이도!), 전자기기나 자동차는 비싸니까요(..) 남성성의 상실이 아니라 자금력이 아직 그 선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겠죠? ^^
    • AKI  2008/05/11 0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맞아요. 제 동생이 비싼 옷보다는 싼 옷 위주로 진짜 이쁘게 잘 입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옷은 돈이 많이 나가진 않더라구요.

      저 자동차 있어요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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